Standard Chair
에디터 유다미
장 프루베는 1950년에 선보인 ‘메트로폴 305번 의자 Chaise Métropole n.305’에 ‘스탠다드'라고 이름붙였다. 1934년 제작한 4번 의자를 원형으로 소재, 디자인 등을 변주하며 메트로폴 305번 의자로 완성하기까지. 이 모든 변천사는 스탠다드 체어의 역사이자 장 프루베가 자신의 스탠다드를 추구해나간 과정이다. 또 오늘날 클래식이 형성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표준화, 실용성, 클래식 스탠다드 체어
스탠다드란 특정 상황에서 보통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수준, 받아들이는 기준을 의미한다. 이런 표준을 만드는 데에는 무수한 시도와 경험, 반복과 논의가 수반한다. 이후 특정한 기준이 정립되면 다음 과정은 순조로워진다.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그 실례가 바로 스탠다드 체어다. 스탠다드 체어는 장 프루베가 1934년에 만든 ‘4번 의자 Chaise no.4’가 원형이다. 장 프루베는 4번 의자를 토대로 불가피한 상황은 받아들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점차 더 나은 의자로 발전시켰다. 그 과정에 있어서 의자란 모름지기 튼튼하고 편안해야 하며, 몸이 닿는 면은 부드럽게, 제작 방식은 합리적으로, 의자가 놓인 모습은 공간과 잘 어우러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원칙이었다. 기준은 확고했기에 여러 차례의 변화에도 4번 의자는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가치를 유지했다. 장 프루베가 특히 주목한 곳은 의자의 후면, 그중에서도 좌판과 뒷 다리가 연결되는 부분이다. 그는 의자에 앉았을 때, 가장 많은 무게를 떠받치는 이 부분을 강화해야한다고 판단해 삼각형 구조의 다리를 고안해냈다. 두툼한 뒷다리 덕분에 하중이 각 다리의 내구성에 맞게 배분되어 견고한 구조를 이룬다. 철저한 기능주의자였던 장 프루베는 ‘의자는 의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앉기'를 위한 가구이고, 많은 사람들을 위한 실용적인 가구를 만드는 것이 제작자의 소임이라고 여겼다. 그런 의미에서 투박하기도 한 이 삼각형 구조의 다리는 장 프루베의 디자인 철학을 함축한다. 이는 스탠다드 체어가 오늘날 ‘의자 이상의 의자’가 된 이유다. 본질에 집중하고 자신의 원칙과 의도를 꾸준히 개진하며 발전해온 스토리가 만든 클래식이다.
스탠다드 체어의 기원, 4번 의자
스탠다드 체어의 근간이 되는 4번 의자는 사무용 가구로 만들어진 의자다. 판금을 접어 만든 삼각형 구조의 다리를 처음 선보였으며, 도톰한 원목 좌판에 앉는 면을 부드럽게 가공한 점이 특징이다. 등받이와 좌판은 당시 합판을 이용한 가구 분야에서 선구적이었던 루테르마 Lutherma와 협업해 생산성과 퀄리티를 높였다. 당시 아뜰리에 장 프루베는 20여 명의 전문 작업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다양한 물건을 만들었다. 장 부테망Jean Boutemain, 장 마리 글라티니Jean-Marie Glatigny가 합류하면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별도로 설립했고. 또한 트레이서와 프레스, 압출, 용접 전문가를 영입해 제작 측면을 보강했다. 특히 항공 정비사였던 에밀 마르샬 Emile Marcha을 초빙해 기술적 전문성을 더욱 강화했다. 또한 3m 프레스, 전단기, 압출 테이블 등을 마련해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아뜰리에 장 프루베는 4번 의자를 표본으로 병원, 관공서, 학교로부터 입찰 요청을 받았는데, 특히 파리 전력 회사인 CPDE(Compagnie Parisienne de Distribution d'electricité)와 함께한 프로젝트가 꽤 의미있는 협업이었다. 이때 4번 의자도 한차례 진화했다. 기존 디자인에 팔걸이를 덧대고 좌판과 등판에 쿠션을 넣어 인조 가죽으로 업홀스터리한 의자다. 이후 이 디자인은 여러 변화를 거쳐 다양한 사무용 의자 버전을 탄생시켰다. CPDE프로젝트는 아뜰리에 장 프루베가 대량 생산 가구 영역에서 디자이너이자 제조업체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가 됐다.
전부 나무로 된 의자, 뚜 부와 체어
‘뚜 부와 체어Chaise tout bois’는 극한의 제조 조건에서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준 사례다. 전쟁 중 금속 자재를 공수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그 이름처럼 목재만을 이용해 만든 의자다. 제조는 낭시 근교에 위치한 제조사 보콩상트 Vauconsant에게 맡겨 생산한 점도 특별하다. 이때는 조금씩 다른 결합 방법으로 완성된 나무 의자가 다양하게 만들어졌는데, 당시 디자인 스튜디오 내 작업자의 비율이 높아 여러 가지 시도가 이뤄질 수 있었다. 전쟁 이후에는 조립과 해체가 가능한 버전도 선보였다. 바로 ‘조립식 나무 의자 Chaise bois démontable’다. 목재를 이용하되 다리와 좌판 지지대를 연결하는 부분에 금속 부품을 사용한것이 특징이다. 그런 가운데 뒷다리의 역삼각형 구조는 어김이 없었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의자의 견고함을 우선시하는 장 프루베의 아이디어이자 고집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한편 뚜 부와 체어는 아뜰리에 장 프루베가 유일하게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의자라는 점에서도 인상적이다. 특히 1947년, 프랑스 산업생산부가 소외계층이나 난민 등 사회 전반의 요구에 부합하는 가구 시장을 만들기 위해 기획한 ‘프랑스 가구 대회’에서 수상을 거둬 더욱 뜻깊은 의미를 더한다. 이런 의도가 담긴 대회에서의 수상은 실용과 공리를 추구했던 장 프루베의 비전을 대신 설명해준다.
대량 생산의 시작, 카페테리아 300번 의자
1940년대 후반 공장을 막세빌로 이전한 후, 장 프루베는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다. 엔지니어로서 가정과 공공 기관의 수요를 충족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일정한 재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 내 가구 분야가 독립할 수 있도록 상업적 유통 구조를 개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때 장 프루베의 고민을 덜어줄 인재로 스테판 시몬 Steph Simon이 합류했다. 기계 회사를 운영하던 스테판시몬은 폭넓은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아뜰리에 장 프루베의 가구를 담당하는 에이전트가 되어 공공 기관과 식민지 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도록 제품을 소개하는 브로슈어를 제작하고. 소재나 편의성 측면에서 제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선보인 ‘카페테리아 300번 의자 Chaise Cafétéria n.300’는 나무로 만들었던 조립식 의자를 금속으로 제작한 ‘데몽타블'버전이다. 판금을 접어 만든 삼각형 기둥에 강철 튜브를 용접하는 식으로 의자의 앞다리와 뒷다리를 결합했다. 부품은 좌판과 등판, 뒷다리와 앞다리가 연결된 두 개의 다리 프레임, 다리 프레임을 양쪽으로 연결하면서 좌판을 떠받치는 두 개의 봉 그리고 두 개의 나사가 전부다. 좌판과 프레임을 결합하는 방법도 업그레이드했다. 4번 의자가 좌판을 고정시키기 위해 삼각형 다리 기둥을 일부 파내 노치 형태로 디자인했다면 카페테리아 300번 의자는 옆모습이 균열 하나 없이 매끄럽게 떨어진다. 그 중앙부에 나사가 들어가는 부분을 스탬핑(금형 모양으로 눌러 뚫거나 형태를 변화시키는 공정)해 의자의 삼각형 구조를 더욱 멋스럽게 완성했다. 이 의자는 파리 시테 인터내셔널 대학교의 카페테리아를 위해 대량 생산이 이루어졌으며 ‘트로피크 Tropique’라는 이름으로 콩고 브리자빌에 위치한 에어프랑스 본사로도 보내졌다. 또한 이때는 모회사인 알루미늄 프랑세즈의 영향력으로 알루미늄 주조 기술을 응용해 의자를 만들고자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높은 제작 비용으로 생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추후에 좌판과 등판을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한 버전을 출시했다. 이는 의자에 관해서라면 멈추지 않고 연구와 개발을 이어가는 장 프루베의 질긴 면모를 연상시킨다.
스탠다드의 탄생, 메트로폴 305번 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테리아 500번 의자가 한 차례 더 진화해 ‘메트로폴 305번 의자’로 태어났다. 가장 큰 특징은 조립형 프레임이 아닌 일체형으로 완성해 제작 과정과 생산 비용을 훨씬 효율적으로 개선했다는 데 있다. 또한 앞다리와 뒷다리를 연결하기 위해 삼각형의 중앙부를 뚫어 앞다리를 끼워넣고 관 내부에서 용접한 것은 전과 다른 제작 방식이었다. 이 부분을 들여다보면 의자의 결합 방식을 알 수 있는데, 제작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을 선호했던 장 프루베의 취향이 엿보여진다. 프랑스 철강 산업 연합 회의소, 원자력 및 대체 에너지 위원회 사무실 등 다양한 곳에 쓰인 메트로폴 305번 의자는 장 프루베의 컬러 팔레트 속 색상이 잘 드러나는 버전이기도 하다. 장 프루베는 여기에 ‘스탠다드 체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의 디자인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의자라는 생각이었다. 이 의자는 막세빌 공장이 1951년 생산을 중단한 이후 1969년까지 스테판 사이먼을 통해 생산되고 유통됐다. 그는 장 프루베의 지근거리에서 다양한 조언과 사업의 방향성을 의논했는데, 마케팅을 위해 장 프루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자 했던 계획만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 프루베는 개인적인 명예가 두드러질수록 디자인과 제조의 균형에 자극을 주고 동료 작업자의 업적을 가리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장 프루베는 그저 상황에 따른 효율적인 제작 방식을 개발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 공공의 영역에서 쓰이는 실용적인 물건을 만드는 데 충실하며 본분을 지키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표준’이라고 이름붙인 이 의자에는 그와 닮은 담백한 선언의 기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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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ARD CHAIR
스탠더드 체어는 1934년 프랑스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장 프루베가 제작한 4번 의자를 원형으로 합니다. 장 프루베는 오랜 기간 4번 의자의 소재, 디자인을 변형하며 1950년대 대량생산에 용이한 ‘표준’ 의자를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