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은 & 신이삭, 뮤지션 RSS 하우스 운영자
에디터 김려린 포토그래퍼 김시진
오후 2시, 커다란 통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집 안 곳곳을 선명하게 비춘다. 겨울에도 따사로운 기운이 가득 감도는 거실이다. 벽면에는 길다란 CD 진열장과 트럼펫 연주자 밀레나 카사도 Milena Casado의 바이닐이, 그 곁에는 근사한 1970년대 빈티지 로즈 Rhodes 전자피아노가 놓여 있다. 그리고 피아노 바로 옆에는 레드 오렌지빛 토고가 자리한다. 때로는 거실에서, 때로는 지하 작업실에서 마치 배경음악처럼 자리하는 토고는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한 집에서 두 사람에게 진정한 휴식처로 기능하는 가구다.
키보디스트 정하은, 드러머 신이삭. 두 뮤지션이 사는 집이다. 때로는 거실에서, 때로는 지하 작업실에서 마치 배경음악처럼 자리하는 토고는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한 이곳에서 두 사람에게 진정한 휴식처로 기능하는 가구다. 몇 년 전 뉴욕의 한 편집숍에서 처음 마주한 후 키치한 인상이 마음에 들어, 9개월을 꼬박 기다린 끝에 집에 들였다. 도착한 실물은 사진 속 색상과 조금 달랐지만, 두 사람은 실망 대신 기대를 택했다.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래면 얼마나 더 예쁠까요?” 하은의 말에서 공간과 함께 늙어가는 가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고양시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RSS 하우스’는 뮤지션 부부가 사는 집이자, 음악을 만들고 녹음하는 스튜디오다. 때로는 라이브 연주와 함께 하는 요가 수업이 열리거나 잼 세션 Jam Session, 플리마켓이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리듬, 소망, 사랑’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은 연주자로서의 정체성뿐 아니라 음악을 기반 삼아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커뮤니티를 도모하는 이들의 방향성을 담은 것이다.
RSS 하우스를 구상할 때 이삭은 음악적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효율적 구조를 원했고, 하은은 공연과 자연스러운 교류가 가능한 열린 공간을 꿈꿨다. 그렇게 그린 청사진에는 함께 다녀온 유럽 여행이 큰 영감으로 작용했다.
특히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파리의 메종 라 로슈 Maison La Roche는 이 집의 커다란 창과 곡면 계단, 길다란 조명의 모티프가 되었다. 언젠가 이곳 또한 시간이 켜켜이 쌓여 하나의 모뉴먼트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그 경험에서 비롯됐다. 가구 디자이너 원투차차차가 맡아 디자인한 부엌 공간은 이들에게 또 한 번 전율을 선사했다. 길다란 형태로 거실과 주방의 경계를 허무는 조리대를 처음 마주했을 때, 하은은 “짜릿했다”고 회상한다. 레퍼런스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된 대화가 거실이자 부엌, 워크스테이션으로 확장한 모습은 창작의 기쁨을 일깨워준 순간이었다.
이 집의 공기를 완성하는 건 두 사람의 음악 취향이다. “공간에 따라 듣는 음악도 달라지죠. 여기서 더 자주 듣는 음악이 있어요.” 이삭은 절제되고 정적인 네오 솔 neo soul을, 하은은 느긋하고 편안한 음악을 즐긴다. 특히 토고에 앉거나 누워 자주 듣는 음악은 램지 루이스 Ramsey Lewice, 더 SOS 밴드 The SOS Band의 음악이다.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완시키는 토고의 포근함은 바이닐 그루브에 새겨진 질감을 보다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가장 무해한 자세로 창의적 영감을 흡수하게 돕는 이 소파는 경계 없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두 사람의 커리어와도 꽤나 닮았다. 프레임과 받침대 없이도 편안함을 선사하는 토고처럼, 이들 역시 음악 작업에서 정답을 구하기보다 직관적인 즐거움과 즉흥성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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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O
1973년 미셸 뒤카로이가 디자인한 토고는 전통적 소파의 규범을 벗어난 형태입니다. 특유의 주름진 표면과 바닥에 직접 닿는 낮은 좌면, 올폼 구조의 내부는 당대 소파의 디자인 관습과는 차원이 다른 편안함과 혁신성을 제시합니다. 1960‐1970년대 사회·문화적 변화를 갈망하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탄생하며 ‘시대 정신’을 반영했던 토고의 매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팬데믹 시기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조명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토고는 단순한 가구를 넘어 자유로운 정신과 창의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